시간은 진짜 ‘금’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명언은 더이상 관용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시간을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성비(時性比)’가 주목받고 있다. 일분일초를 쪼개어 시간을 활용하는 분초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나본다.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 트렌드 중 하나로 ‘분초사회’를 꼽았다. 분초사회는 시간을 희소자원으로 여기고, 시간 대비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분초사회의 등장 배경에는 방대한 정보를 쏟아내면서 빠른 변화를 생존력으로 삼는 디지털 정보화 사회가 있다. 자칫 머뭇거리는 순간 뒤처지기 쉬운 사회, 온갖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는 사회, 그 안에서 빠르게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 환경이 ‘시성비’를 중시하는 사회를 견인하고 있다.

시간 , 쪼개고 또 쪼개기

분초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 시간 단위를 촘촘하게 조각내 활용하는 것이다. 모호한 시간 개념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배달을 시키거나 택시를 호출하면 단순히 ‘15분 뒤 도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5분, 1분 단위로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린다. 잘게 쪼개 더 명확해진 시간은 신뢰로 이어진다.

조직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연차, 반차뿐 아니라 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반반차나 반반반차 도입이 늘고 있다. 운동이나 여가 시간 활용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 소개팅, 30분 단위 틈새 PT가 생겨날 만큼 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더욱 유연하고 주도적으로 사용해 효율을 높이는 추세이다.

멀티태스킹으로 강약 조절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언제 어디서나 손을 떠나지 않는 모바일 디지털 기기의 활약이 크다. 지하철로 출근하며 동영상 강의를 듣고, OTT로 영화를 보며 SNS에 피드를 올린다. 컴퓨터 화면에 각기 다른 성격의 창이 동시에 떠 있는 풍경도 익숙하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과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의 강약 조절을 통해 자기만의 효율적 시간 활용 패턴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단, 자칫 산만해 보이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뇌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만큼 모든 일을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2배속의 짜릿한 효율

속도도 놓칠 수 없다. 비교적 호흡이 느린 동영상 강의를 1.5~2배속으로 듣는 것은 기본, 속도 조절 기능이 있는 유튜브나 OTT 콘텐츠도 빠른 재생이나 건너뛰기로 속도감 있게 소비한다.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의 1시간 몰아보기, 15분 요약 등 압축적 콘텐츠의 인기도 높다.
오디오북 앱 ‘윌라’의 경우 AI 배속 서비스 실태를 조사한 결과, AI 배속을 이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당 이용 권수’가 57%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독률 또한 10% 이상 증가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 조절이 독서 효율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 의미 있는 지표다.

스포일러,
오히려 좋아

빠른 속도를 넘어 결말을 미리 확인 후 일을 진행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실패로 인한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함이다. 리뷰를 꼼꼼하게 살피는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건을 구매할 때 뿐만 아니라 영화, 맛집, 여행지 등을 선택할 때도 리뷰와 평점을 사전에 세심하게 살핀다.

덕분에 ‘스포일러 포함’ 콘텐츠가 늘고, 광고성 리뷰 걸러내는 법이 인기를 끌며, 실패를 줄이는 쇼핑법 노하우가 공유된다. 좋은 결말이 검증된 것이 아니라면 쉽게 택하지 않는다. 좋은 리뷰를 얻기 위한 판매자의 노력과 광고성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소비자의 깐깐함이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은 예전부터 ‘빨리빨리’의 나라로 통해왔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사회 시스템도 빠르고, 사람들의 일 처리도 빠르다. 기존의 흐름이 획일화된 ‘빠름’이었다면 2024년의 시성비는 맞춤형 시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쪼개 쓰고, 내가 능동적으로 속도를 조절한다. 각기 다른 시간 관리의 시대에 사는 지금, 빠름에 휩쓸리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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