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시대, 내 맘대로 골라볼까?
쉽고 빠르고 젊은 맞춤형의 시대가 오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세세하게 반영한 맞춤 소비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트렌드로 번지고 있다. 음식부터 패션까지 취향을 반영한 개성 있는 소비를 선호하는 시대, 고객이 존재하는 산업이라면 누구나 커스터마이징, 즉 맞춤 제작 서비스와 제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해마다 이듬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가 2025년 주목해야 할 키워드 중 하나로 ‘토핑 경제(Topping Economy)’를 꼽았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경제 모델을 뜻한다. 음식에서 추가 재료를 의미했던 ‘토핑’이 산업 경제 전반으로 스며든 모습이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혹은 더 수고롭더라도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가 읽힌다.

맞춤형 옵션, 모든 산업이 들썩

토핑 경제는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마라탕, 떡볶이, 샐러드, 샌드위치 등 음식을 주문할 때 원하는 재료를 더하는 일은 익숙하고, 최근 유행 중인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요아정’은 수십 가지 토핑을 마음대로 얹어 먹을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성장이 주춤하던 크록스는 각자 개성에 맞게 꾸밀 수 있는 신발 액세서리 지비츠로 반전에 성공했고, 나이키는 고객이 기본 셔츠나 모자에 자신이 원하는 프린트나 패치를 더해 디자인할 수 있는 ‘Nike By You’ 서비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조업계는 맞춤형 옵션을 고급화 전략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특히 일찌감치 고객 개인의 니즈에 맞게 ‘기본+옵션’으로 판매해온 자동차 업계의 발 빠른 변화가 눈에 띈다. 디자인, 색상, 소재 등을 대상으로 좀 더 과감하게 고객의 선택 폭을 확장한 것. BMW는 럭셔리 클래스 모델을 위한 맞춤형 주문 서비스 ‘BMW 인디비주얼 프로그램’을 론칭, 적용 모델에 한해 총 2만2천 가지 조합을 제시한다. 람보르기니는 신차 테메라리오에 ‘애드 퍼스넘 프로그램’을 도입해 4백 가지 이상의 옵션을 제공한다. 맞춤형 차량으로 이름이 높은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운영, 페인트만 4만4천 개 조합이 가능하고 소재와 디자인에 제한이 없다. 포르쉐는 상위 맞춤형 옵션 프로그램인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를 통해 8백 개 이상의 옵션을 제공한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엘리베이터의 운행 속도나 용도에 따라서 제품군을 적용하는 것 외에도 고객의 취향대로 일부 옵션품을 넣을 수 있다. 오피스의 경우 건축물과 이를 사용하는 기관의 브랜드 이미지 및 정체성을 엘리베이터에 담도록 커스터마이징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재건축 및 리모델링 시장의 고급화 전략에 발맞춰 고급 의장제와 사용자 친화적 옵션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 회사 최첨단 고속 기종인 ‘아이젤(i-XEL)’은 천장, 운전반, 승장 버튼 등의 디자인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본관의 경우 우드 소재의 건물 인테리어에 맞춰 엘리베이터에도 우드 소재와 블랙&브라운 계열의 색상을 적용했다.
단체 관광 상품으로 경쟁력을 쌓아온 여행업계도 변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3~2025 관광 트렌드’ 중 하나로 ‘초개인화 시대, 여행 경험의 나노화’를 꼽았다. 개인이나 소그룹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여행 콘텐츠의 세분화가 시작된 것이다. 생태 관광, 역사 관광, 럭셔리 관광 등 개별 관광객의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술 기반 커스터마이징,
기본은 더 충실히

사실 커스터마이징이 낯선 개념은 아니다. 과거의 맞춤 제작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소량 생산으로 고가의 프리미엄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배경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의 접목을 빼놓을 수 없다. 각기 다른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최적화된 맞춤 설계를 제안∙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커스터마이징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합리적 가격을 갖춘 다품종 소량 생산의 혁신을 일군 것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맞춤형 제작과 서비스를 공략해야 한다.
첫째로 기본기가 튼튼해야 한다. 아무리 다양한 옵션과 화려한 토핑이라도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이라면 어떠한 토핑과도 조화를 이룰 기본 베이스를 잡아야 하고, 제조품이라면 높은 품질 경쟁력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조화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다양한 옵션을 흥미롭게 선택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선택에 두려움을 느끼는 고객도 공존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고객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다양한 데이터 수집과 최적의 분석을 거처 어떤 조합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 고객에게 실패의 경험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셋째, 특별함을 장착해야 한다. 커스터마이징의 매력은 개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데 있다. 그런데 선택지가 평이하다면 어떨까? 커스터마이징은 기존 제품 및 경쟁사와의 차별, 고객의 특별한 요구 수용 등 일반 제품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함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취향과 요구에 딱 맞는 제품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준다.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구도 끌어올린다. 저성장의 시대, 옵션의 다양화를 통한 혁신은 안정적 성장을 위한 선택지가 된다. 이를 장기적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행으로 활용하지 말고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맞춤 소비의 본질을 읽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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