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무대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혹시 실수해도 ‘장애인이니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는데요. 우려와 달리 프로처럼 완벽히 노래해 정말 놀랐습니다. 덕분에 목표를 확실히 정했어요.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합창단이 되기로 말이죠. 그래서 이름도 ‘오르락(樂)’으로 지었습니다. 단원들의 아이디어인데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모습에 빗대어 풍류(樂)를 타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올라가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박경환 지휘자는 합창단의 데뷔 무대였던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를 떠올렸다. 웅장한 기세가 인상적인 ‘희망의 나라로’와 등산 철도를 타고 산꼭대기로 가자는 이탈리아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는 창립 기념 행사에 어울리는 멋진 선곡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맺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통한 ESG 경영 실천 협약’에 따라 지난 3월 28일 창단한 합창단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중이다. ‘지원’이 아닌 ‘고용’에 뿌리를 둔 ESG 경영 정책의 힘이 크다.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한 20명의 중∙경증 장애인 합창단원과 합창단 운영을 위한 지휘자, 부지휘자, 반주자, 사회복지사가 최고의 화음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문화팀 정진실 매니저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동안 청소, 사무보조에 그쳤던 ‘장애인 고용’의 영역을 예술 분야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ESG 경영의 한 축으로서 직원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물론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까지 실현했죠. 사내에서 합창단원을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시되 지나친 배려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같은 동료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충주 곳곳에 거주하는 단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관계 맺기나 규칙을 익히는 과정이 어려운 단원, 시각장애로 이동이 어려운 단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밀착해서 활동을 보조하는 근로지원인 5명도 함께하고 있다.


마음을 울리는 하모니
아침 9시가 되면 왁자지껄해지는 기숙사 연회장. 합창단 연습실인 이곳에서 주5일 오전 시간 동안 연습이 이뤄진다. 장애인 합창단이라고 해서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다르진 않지만 연습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악보를 읽지 못하는 단원들과 지휘자의 손짓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있기 때문이다. 지휘자와 반주자가 보컬 트레이너처럼 음정 하나하나를 선창해 알려주면, 단원들은 이를 익혀 통째로 외워 부른다. 손짓뿐 아니라 말과 손뼉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통해 한 음 한 음 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연습을 시작하면 단원들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로 금세 높아진다. 정해진 반주자는 합창단원들의 열정에 매일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자가 조금 늦기도 하고, 다른 파트의 음정을 따라가는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다그치지 않는다. 조화는 단숨에 이뤄지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대에서는 완벽할 수 있도록 긴장감과 프로 의식은 놓치지 않는다.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누구와 견줘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울리는 합창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함께하는 강민경 근로지원인도 사명감을 가지고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합창단은 요즘 충주 가을 축제인 ‘우륵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1위를 차지해 현대엘리베이터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이들. 출근이 낯설면서도 즐거운 단원들에게 합창단은 장애를 잊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최고의 직장이다. 첫 월급을 받아 떡을 돌렸다는 단원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행복이 가득했다. 돈 베지그의 곡 ‘훨훨 날아요’를 부르는 목소리가 자유롭고 아름답다. 마음을 온전히 쏟아내는 노래가 주는 감동, 현대엘리베이터 장애인 합창단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