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 
우리는 지금 2023년의 문턱에 서 있다. 떠나는 검은 호랑이를 잘 보내고, 다가오는 검은 토끼를 잘 맞이해야 할 때. ‘미래비전 2030’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해인 만큼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예측한 2030 트렌드를 키워드로 훑어보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

ROBOT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시대

로봇은 더 이상 미래 먹거리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로봇이 서빙하는 음식을 먹고, 로봇에게 상담을 받으며, 로봇이 추천하는 영화를 보고, 로봇에게 날씨를 묻는다. 로봇이 활약하고 있는 산업 현장도 날로 늘어나는 중인데, 그 시작은 빅테크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제조 기업들도 로봇 자동화를 도모하고 있다.

제조 산업은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와 인력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왔으나 테슬라의 등장으로 이 공식이 깨졌다. 그동안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과 금속 패널들을 일일이 용접하는 방식으로 생산됐다. 테슬라는 로봇 기술을 적용해 거대한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 틀에 넣고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찍어내는 초대형 다이 캐스팅(Die casting) 공법으로 자동차를 만든다. 이를 통해 컨베이어 시스템 면적을 20%, 생산 단가를 40% 줄이는 효과를 봤으며 생산 시간도 당연히 단축됐다. 테슬라는 이 공법과 관련된 기술을 직접 개발해 특허를 확보했으며 금속 물성의 균일성 유지를 위해 특수 알루미늄 합금도 개발했다.

자, 로봇과 공존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은가? 다시 생각해보면 로봇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의 몫임을 잊지 말자.

CLEAN-TECH
지구가 깨끗해지는 그날까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친환경’은 꾸준히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클린테크 산업도 덩달아 급부상 중이다. ‘클린테크’는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 및 오염 물질 발생을 줄이고, 탄소 감축과 제거를 도모하는 환경 기술을 뜻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 기술을 비롯해 저전력 기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탄소 배출 측정 기술, 탄소 포집과 제거 기술, 폐기물 처리, 배터리 기술, 전기차, 전기 비행기 등도 클린테크에 해당된다. 2021년 클린테크 스타트업으로 6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됐는데,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빌게이츠 역시 2015년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BEV(Breakthrough Energy Venture)’를 설립해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 前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등도 힘을 보탰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류의 터전인 지구가 건강하지 않다면 우리의 미래는 위태롭기에 클린테크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분야임에는 확실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란?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협약.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 보편적 첫 기후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HERRY
체리는 역시 달콤하지

체리 피커(Cherry picker)’라는 표현이 있다. ‘케이크 위의 체리만 쏙 빼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를 뜻하기도 한다.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급속히 악화되자 체리 피커가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난 것만 쏙쏙 골라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이들의 소비 패턴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 구매하는 ‘조각 소비’가 있다. 소포장 식재료, 샘플 키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타이니 럭셔리도 이에 해당한다. 빈티지 명품 의류의 단추에 부자재를 달아 귀걸이나 목걸이 등으로 업사이클링함으로써 명품 소유 욕구를 해소하는 것.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샤넬 단추’, ‘루이비통 단추’ 등 명품 단추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두 번째는 ‘반반 소비’다. 공동 구매나 렌탈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요즘은 배달도 ‘공구’하는 추세다. 입주민 채팅창에 “중국 음식 드실 분?”이라고 메시지를 띄우면 원하는 2~3가구가 참여해 각자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비는 1/N로 나눠서 주문한 사람에게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는 ‘말랑 소비’다. 이제 소비자들은 장기 계약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해지할 수 있는 유연한 계약을 선호한다.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계약의 재량을 보장받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구독 서비스들이 이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부지런히 마련 중인데, 전통주 구독 서비스인 ‘술담화’는 ‘쉬어가기’ 옵션을 만들었고 LGU+가 론칭한 콘텐츠 구독 플랫폼 ‘유독’은 ‘선택 제한·요금 부담·해지 불편’이 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보험 업계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단기간 단위로 가입하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미니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정된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알뜰 소비 트렌드는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앞으로 계속 발전해나갈 추세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고 가격대별로 촘촘한 제품군을 마련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ALPHA
신인류가 자라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Z세대(1995~2009년생)의 다음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나 현재 13세 이하인 아이들이 ‘알파세대’라는 이름으로 소비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은 신세대의 선두주자인 1980년대생 부모에게서 태어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길러졌으며 팬데믹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자라고 있다. 자기중심성이 강해 모두가 스스로를 셀러브리티이자 아키텍트라 여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틱톡’을 즐기고, 대학 입시를 결정 짓는 주요 과목으로 ‘국영수코(국어, 영어, 수학, 코딩)’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코딩 학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더불어 자본주의 키즈의 후예답게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경제 교육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X-Y-Z를 이을 알파벳이 없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뿐인데 ‘A’가 아니라 ‘알파’라고 부르는 것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종족이 탄생했음을 은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알파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한 디지털 환경에서 풍족하게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21년 말 발표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22개국 중 최하위였다. 디지털 격차로 일컬어지는 양극화 문제 역시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어린 세대의 행복에 부모와 학교와 사회 전체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밝고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참고 <트렌드코리아 2023>(미래의창), <라이프 트렌드 2023>(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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